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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건강 및 생활팁

사춘기 아이 vs. 갱년기 엄마, 같은 집 다른 전쟁

by hellohiworld 2025. 4. 27.

    [ 목차 ]

유쾌하지 않은 기분의 엄마와 아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언젠가는 사춘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마냥 순하고 아이같은 면을 계속 간직할 것만 같았던 우리 아이.. 어느 순간 조금씩 변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도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사춘기 아이를 마주한 시기가, 제 갱년기 시작과 겹쳤다는 사실을요. 저만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줄 알았고, 아이가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아이가 보는 저도 마찬가지로 '엄마 대체 왜 저래?' 였을 겁니다. 같은 집 안에서, 서로 이해받지 못하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폭풍

갱년기는 생각보다 다양한 변화를 동반합니다. 짜증이 많아지고, 별일 아닌 것에도 감정이 격해집니다. 몸은 쉽게 피곤해지고, 작은 소리에도 신경이 곤두섭니다. 저도 제가 이럴 줄 몰랐네요.

반면, 사춘기 아이들은 독립성을 주장하면서도 여전히 어른들의 품을 필요로 합니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사소한 일에도 반항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어떨 땐 나의 천사였던 그 아이같다가도 어떨 땐 정말 낯선 이상한 검은 머리 짐승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한 시기에 서로 부딪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그 갈등은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친구 H 이야기: 모두가 힘들었던 어느 저녁

제 친구 H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H는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작년 가을, 저녁 식사 자리에 H의 집에 초대받아 갔을 때, 어색한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식탁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는데, 아들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H는 참다가 "밥 먹을 때 핸드폰 좀 치워"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들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왜 이렇게 잔소리야?"라고 말하며 방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그 순간, H의 얼굴은 금세 굳어졌습니다. 조금 전까지 웃으며 이야기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속상함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으로 조용히 식사를 이어갔습니다. 뭔가 내가 여기 있어서 더 자리가 어색한가..싶기도 했고, 괜히 온건가 싶은 생각을 하던 차에, 어색하게 식사를 마친 후 커피를 마시면서 친구가 털어놓았습니다.

"나도 요즘 갱년기 때문에 감정 조절이 힘들어. 예전에는 그냥 넘어갔을 일인데, 요즘은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에 꽂혀. 근데 애도 사춘기라 그런지 서로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나서야, H가 요즘 부쩍 지쳐 보였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머지않아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될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사춘기 아이와 갱년기 엄마, 어떻게 해야 할까?

H는 이후 작은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아이와의 대화를 줄이는 대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했습니다. 필요할 때만 조용히 한마디 건네고, 나머지는 기다리는 쪽을 선택한 것입니다. 자꾸 말을 걸 때마다 아이는 그것을 잔소리로 받아들이고, 아이가 대꾸할 때마다 엄마는 공격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었대요. 또한 자신을 돌보는 시간도 따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매주 하루는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거나, 가벼운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아이를 변화시키기보다는, 자신의 에너지를 먼저 회복하는 데 집중했답니다.

몇 달이 지나자 조금씩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도 엄마가 잔소리를 줄이자 경계심을 풀었고, 가끔 먼저 다가와 대화를 시도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물론 여전히 갈등은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서로 상처 주고 돌아서기보다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무리: 결국은 기다림과 이해

사춘기도, 갱년기도 모두 지나가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 부딪히고, 또 배우게 됩니다.

갱년기 엄마와 사춘기 아이가 한 집에 있다는 것은, 두 개의 작은 태풍이 함께 머무는 것과 같습니다. 가끔은 서로를 밀어내기도 하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서로를 끌어당기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시간 속에서도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저도,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도(아마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으로 힘들어서 이 글을 읽고 계시겠죠) 조금 느리더라도 함께 걸어가는 방법을 찾아야겠습니다.